백여일만에 끝난 포철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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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재산 3백억넘자 정·제계 경악/돈흐름 도표로 자세히 제시 눈길
○…국세청은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서 포철과 관련기업의 세금탈루 부분은 그다지 설명하지 않은 채 박태준 전 회장의 비리와 재산은닉에 대해서는 자금흐름 도표를 만들고 전재산 내용표까지 제시하면서 상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를 맡은 최병윤 대구지방 국세청장은 이례적으로 박씨의 재산을 공개한데 대해 『박씨가 포철이라는 공공법인의 수장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박씨에게 증여세를 매기기 위해서는 타인명의로 된 재산을 공개해야만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답변.
최 청장은 또 다른 임직원의 재산은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다른 임직원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법인세 조사에서 임직원들을 다 조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는데 박씨의 수뢰사실도 재산역추적 결과 드러난 사실을 볼때 큰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
○…국세청의 발표내용에는 군데군데 허점이 나타나 준비가 부족한 채 발표를 다소 서두른 느낌.
최 총장은 계열사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은 「주로」 박 회장이라고 했다가 기자들이 다른 임직원도 「일부」나마 받았다는 얘기냐고 질문하자 황급히 『확인된 것은 이것뿐』이라고 자르기도.
또 세금추징이란게 예상세액이 정해진뒤 「고지전심사」 등 상당한 조정을 거쳐 최종확정됨에도 불구하고 최 청장이 『포철측과 이미 많은 협의를 했으므로 이번 세액은 확정치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 만만한 발언을 한 것은 세무공무원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 특히 포철은 국세청의 추징내용 곳곳에 불만을 품고 있어 최 청장의 발언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평.
○…재산욕심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온 박씨의 재산이 3백6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자 포철 임직원을 물론 정·재계에서도 충격을 받은 표정. 박씨는 특히 재산을 가족,친·인척,관리인 등 여러사람의 명의로 곳곳에 분산했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꾸준히 서울 강남요지 등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권력을 이용한 축재의혹을 면기 어려운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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