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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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50년대 세계적 여배우라면 단연 그레이스 켈리가 으뜸으로 꼽힌다. 『하이눈』 『갈채』 등 수많은 추억의 명화에서 청초한 아름다움을 과시했던 그가 56년 결혼한다고 발표했을 때 세계의 영화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결혼상대가 모나코 국왕인 레이니에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왜 하필이면 「도박의 나라」 왕비가 되려느냐고 질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레이스 켈리는 82년 의문의 자동차 전복사고로 세상을 떠났거니와 그가 26년간 왕비로 살았던 모나코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카지노의 나라다.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카지노 수입에 의존할 만큼 이 나라에서는 카지노를 중요시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내로라 하는 도박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국가재정이 파탄 위기에까지 몰린 일도 간혹 있었다.
카지노는 본래 이탈리아어의 「카사」(Casa)에서 유래한 말로 소규모의 도박과 함께 음악과 쇼를 곁들이는 작은 집회장소를 뜻했으나 18세기에 들어선 이래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왕국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본격적인 도박장으로 개설하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 보호아래 공국으로 독립한 모나코가 도박으로 나라를 꾸려가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라스베이가스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세계 각국의 카지노들은 대부분 과세나 관광 혹은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개설을 공인하고 있다. 64년 워커힐 카지노가 처음 개설된 이래 현재 전국에 13개소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카지노도 사행행위규제법에 따라 「외국인만 상대」 「외화획득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개설이 허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지는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관광객 유치와 외화획득이라는 대전제 아래 불법·탈법 등 의혹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롯머신 사건이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터에 국민들의 관심이 새롭게 카지노에 쏠리고 있다.
돈이 몰리는 곳엔 항상 말썽이 뒤따르게 마련인데다가 「돈놓고 돈먹는」 도박장에 관한 일이니 슬롯머신처럼 쉽게 넘어 갈 것 같지 않다. 또 엉뚱한데로 비화하지나 않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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