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마침내 755호 … 그 비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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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임팩트까지 상체 고정, 공 끝까지 바라봐

홈런왕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윙 모습을 보면 가벼운 막대기를 갖고 노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본즈가 사용하는 배트는 다른 선수들의 방망이에 비해 짧고 가볍다. 여기에 본즈의 홈런 비밀이 감춰져 있다.

메이저리그의 슬러거 대부분은 950g 정도의 배트를 사용하는 데 반해 본즈는 1m88㎝,105㎏의 거구이면서도 800~830g의 배트를 쓴다. 국내 선수용보다도 가볍다. 한화 김태균은 1㎏에 가까운 방망이를 사용하고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방망이도 900g대다.

물리법칙상 더 무거운 방망이로 공을 때릴수록 타구에 실리는 운동 에너지는 커진다. 그래서 홈런 타자일수록 무거운 방망이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가벼운 방망이를 쓴다는 것은 에너지 양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본즈는 이를 엄청난 배트 스피드로 만회한다.

우종관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연구교수는 "공을 멀리 보내려면 임팩트 순간에 공의 운동량을 상쇄할 정도로 배트의 운동량이 커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배트가 무겁거나 스윙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본즈는 간결하고 빠른 스윙으로 방망이가 가벼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팅 뉴스는 본즈의 배트 스피드를 시속 153㎞로 측정했다. '초음속 스윙'이라고 부를 만하다. 참고로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배트 스피드는 130~140㎞대다. 그러나 배트 스피드가 비밀의 전부는 아니다. 교타자처럼 공을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다. 타자는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이 7㎝ 정도인 야구 배트로 지름 7.29㎝의 공을 때려야 한다. 투수 마운드에서 타자까지 18.44m의 거리를 시속 150㎞ 정도로 날아오는 공을 치려면 이론적으로 0.25초 이내에 타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몇 년 전 본즈의 스윙을 연속 사진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놀랐다. 단단히 뿌리박은 듯 고정된 하체, 임팩트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는 상체, 끝까지 공을 놓치지 않는 눈이 본즈만의 스윙 방정식이다.

메이저리그 타격왕에 여덟 차례 오른 토니 그윈은 "본즈 스윙의 장점은 어떤 순간에도 일관되게 똑같은 자세를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준비 자세에서부터 공을 때린 뒤까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공을 응시하는 머리는 빠른 배트 스피드와 함께 본즈의 홈런 비결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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