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장원-잔사설 버리는 용기 필요|차상-소재 돋보여… 형상화문제 숙제|차하-자신 목소리 담지 못해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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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응모작이 상당량 늘어났다. 그만큼 시조의 저변 확대가 「중앙시조 지상 백일장」을 통해 이뤄진 것 같아 여간 반갑지 않다. 아울러 늘어난 수만큼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이 양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원에 뽑힌 김세영씨의『먼후일』은 본래 4수에서 2수로 줄였다. 무리하게 많은 내용을 다 담으려 하지 말고 불필요한 잔사설들을 과감히 잘라버리는 용기도 때론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기 바란다.
차하에 오른 배양정씨의『빨래』는 소재 선택이 돋보였다. 다만 새로움과 형상화 문제가 어떻게 잘 맞아떨어질 것인가는 숙제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점은 차하를 차지한 안재화씨의『손님』에도 해당된다.
일단 시조의 그릇된「투」를 벗어버리는 데엔 성공했지만 얼마만큼 진정한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느냐 하는 점에서는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선작인 엄동현씨의『목련』은 단수로서 일정한 수준이었으나 종장 결구 처리의 안일함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그리고「선학」과 같은 이미 사어가 된 시어는 삼가야 할 줄 안다. 이러한 얘기는 이주식씨의『찔레꽃』에도 적용된다.「첫사랑 발짝 소리」와 같은 어색한 표현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좋은 시조를 쓸 수 없다.
오현배씨의 『낚시』는 시적 긴장을 기술적으로 더 팽팽하게 조여야 하겠고, 김재충씨의『사월』은 언어 선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으며, 이동식씨의『양로원 사설』은 모처럼 보는 사설시조여서 반가웠지만 좀더 사설의 가락을 접하라는 당부를 한다. <심사위원 조오현·박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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