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좀더 관심갖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상이 온통 개혁과 사정파동으로 왁자지껄한 가운데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나라의 높은 분들은 틈만 있으면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실제는 관심밖이다.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갈수록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정부당국의 경제를 보는 시각도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단선적이어서 경제현안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돈을 많이 풀거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큰 덩어리의 중소기업 자금을 별도로 마련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올 1·4분기 국민총생산의 내용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보다 확고한 인식과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기업은 크기위해 끊임없이 성장과 혁신을 추구한다. 기업은 확대되고 변화하지 않으면 쓰러지며 그런 과정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커가고 변신해 가느냐는 정치·사회의 분위기에 달려있으며,특히 국내외 경제여건과 정부의 역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설비투자가 계속 두자리수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다. 기업 활동에 적잖은 고충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의 인식과 전망에서 관민이 크게 다르고 투자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깊다. 정부는 주요 산업의 수출증가율이 두드러질뿐 아니라 신경제 1백일 계획에 의한 지원조치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에 기울어 있으나 경제계는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수출이 엔고 등 외부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저조한 분위기가 경기를 활성화시키기에 너무 힘겹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그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느냐에 대해서도 정부와 업계의 견해가 다르다.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업계의 내부 전망이 일치하지 않으며 「시장의 실패」에 못지않게 「정부의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신경제」가 총론에서는 자율과 민간창의를 기조로 하면서 각론에서는 정부 간섭을 강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도 소문만 분분하다. 민간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시장경제에 충실한 정책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정부주도 경제의 변형 또는 혼합형이 될 것인지 아직 구체방안이 거론되지 못한채 안개속에 있다. 총론과 각론이 상충되고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 스스로의 입장정리는 물론 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조율이 필요하고 이를 투자활성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쪽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경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