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고검장 86년후 수억수뢰 확인/슬롯머신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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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씨형제 진술따라 수표추적/금명소환… 곧바로 사법처리/대검/김승희김천지청장도 철야조사
슬롯머신 업계 대부 정덕진씨(53) 내부 비호세력에 대해 수사중인 대검중수부(김태정검사장)는 25일 정씨의 동생 덕일씨의 진술을 기초로 이건개대전고검장에 대한 수표추적 등을 벌인 결과 이 고검장이 86년이후 정씨 형제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25일 밤과 26일 오전사이 이 고검장을 소환해 곧바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승용차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승희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을 24일 오후 소환해 철야조사를 벌였으며 비호세력으로 거론돼온 J·S고검장과 K차장검사 등 나머지 관련자 4∼5명에 대해서도 마무리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은 이 고검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 정씨 형제와 신길룡경정 등을 25일 오전 대검으로 소환해 최종진술을 받았다. 관련인사로 거론돼온 인물들의 혐의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참고인 4∼5명도 소환,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25일 오후 그동안의 수사결과 전모를 발표하고 26일까지 필요한 사법조치와 징계를 끝내 사건전체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조사결과 이 고검장은 86년 정덕일씨와 알고 지내던 학교후배를 통해 형 정씨와 연결됐는데 그뒤 수억원대에 달하는 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검장은 자신의 수뢰사실에 대한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정씨형제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계좌추적을 해도 돈을 받은 사실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이 고검장에게 뇌물로 돈을 줬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돈을 준 시기와 돈의 성격 등이 이 고검장·참고인 등의 주장과 일부 달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철야조사를 받은 김승희지청장의 경우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승용차와 뇌물을 받은 사실을 부인해 일단 돌려보낸뒤 증거확보를 위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내부 비호세력 수사와 관련,이 고검장 등 검찰간부 1∼2명을 사법처리키로 최종방침을 정했다. 정씨 형제와 관련을 맺어왔으나 직무와 연관된 뇌물로는 볼 수 없는 금품을 받은 나머지 3∼4명은 사표제출·중징계 등으로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하루만에 그동안 소문으로 거론돼오던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돼 검찰이 그동안 의도적으로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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