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은 중단, 수입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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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의과학검역원 손한모 연구관이 2일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7월 29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발견된 척추 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정부가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등뼈(척추 뼈)를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로 판정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전면 중단했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지난달 29일 수입된 1176상자(18.7t)를 검역한 결과 한 상자에서 SRM으로 분류되는 척추 뼈가 발견됐다"며 "어제부터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했다"고 2일 말했다. 정부는 미국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그 결과에 따라 수입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한.미 수입 위생조건에는 SRM과 뼈를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할 수 있고 SRM이 발견될 경우 수입 자체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일단 검역 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아직 수입 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며 "미국 작업장에서 SRM이 제거되지 않는 등 광우병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수입은 계속되지만 검역이 진행되지 않아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당분간 시판에 차질을 빚게된다.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에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의 회수나 판매 금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척추 뼈가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온 데다 척수는 걸러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한.미 수입 위생조건에는 척추 뼈가 SRM으로 분류되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는 30개월 미만 소의 척추 뼈는 SRM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SRM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척추가 아니라 척추 속의 척수"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번 사태가 일회성이고, 재발이 안 될 것으로 판단되면 검역 중단도 해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검역 차원의 문제이므로 한.미 FTA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며 "'통상은 합리적으로, 검역은 과학적으로'라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인해 한.미 간 협력이 절실하고,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까지 걸려 있어 수입 중단 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 온 국내 대형 할인점들은 현재 남은 재고 물량(약 30~100t)은 팔되 추가 발주는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

손해용 기자, 장용욱 대학생 인턴기자<hysoh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SRM=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부위를 말한다. 소의 뇌.내장.척수 등이 대표적이다. 현행 한.미 수입 위생조건에 따르면 SRM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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