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대비 자구책비상/「캄」총선 이틀째 앞둔 시민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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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메르루주 방해공작 촉각/프놈펜상점들 생필품 동나
23∼28일 총선을 앞두고 캄보디아 전역에 준전시상태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엔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관리들은 크메르 루주와 프놈펜정권의 잇단 테러에도 불구하고 19일로 끝난 선거운동에 대해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은 UNTAC가 공명선거를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지 못한데 대해 불안을 느끼고 내전발발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도 프놈펜 상점에서는 쌀과 통조림식품이 거의 동났으며 고액권인 5백리엘짜리 지폐도 유통이 중단된 상태다.
돈많은 사람이나 이번 총선에 입후보한 정치가들도 이미 가족을 외국으로 대피시켰다.
캄보디아내에 남는 사람들중에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위 수단으로 소총과 탄알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총선 방해를 거듭 밝힌 크메르 루주와 총선승리를 장담하는 훈센정권이 총선 5일동안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그리고 UNTAC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다.
총선시작을 3일 앞둔 20일에도 일부지역에서 교전이 계속됐으며,정치인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같은 적대행위에 희생된 유엔평화유지군만 70여명이다.
전문가들은 총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경우 크메르 루주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처지이기 때문에 계속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선후에도 혼란이 계속돼야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최고민족회의(SNC)의장을 중심으로 한 국민화합정부 구성이 논의될 것이고 크메르루주의 정치권 진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놈펜정권으로서도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시아누크의 아들 라나리드가 이끄는 푼신펙(FUNCINFEC)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선거기간중 정치테러의 강도를 높일 것이 분명하다.
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경우 UNTAC의 대처가 중요하다. UNTAC는 선거분위기가 자유롭고 공정한 것으로 판단되면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만2천명의 요원과 28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유엔으로서는 가급적 총선결과를 인정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이 캄보디아 국민의 뜻과는 달리 프놈펜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UNTAC관계자들도 유엔이 지난 91년에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에 따라 중립적 분위기를 마련했더라면 승리 가능성이 전혀 없었을 정파가 총선에서 승리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같은 시나리오로 전개되면 유엔이 총선결과를 인정한다 해도 푼신펙과 손산이 이끄는 불교자유민주당(BLDP) 등 야당들이 연합전선을 구축,새 정부에 맞설 가능성이 높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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