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 아닌 통상 작전" 긴박한 청와대·외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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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의 최고 교육 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수장 모하메드 사이드 탄타위(右)가 지난달 31일 정달호 주 이집트 한국 대사(左)의 예방을 받고 한국인 인질 사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탄타위는 이날 탈레반에 인질들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청와대는 1일 오후 9시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쏟아지는 전화 문의에 "중대한 사안인 만큼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신중했다.

오후 11시, 아프간의 군사작전이 한국인 인질 구출이 아닌 통상적인 작전임이 확인되자 천 대변인은 "현재로선 군사작전이 있었다는 정보나 징후가 보고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프간의 전 지역이 원래부터 군사작전 중"이라며 "아프간 병사 100명이 움직였어도 왜 그랬는지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간 군이나 동맹군이 군사작전을 하려면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부에서 동의해 준 일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아프간 군과 탈레반의 통상적인 교전 움직임을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으로 확대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 일각에선 "군사작전이 실제 이뤄졌을 경우를 대비해 다각적인 대응 매뉴얼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밤 파키스탄으로 가기 위해 카불(아프간의 수도)을 떠나면서 "한국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조치에 반대하며 피랍자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입장이란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아프간 현지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외교부도 긴박한 분위기였다.

외교부는 한국인 21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의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추가적인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에 의한 해결을 강조했다. 군사작전이 '인질 구출'보다는 '탈레반 소탕'에 집중될 것이기에 촉각을 세웠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밤 출국하기 전 "비록 2명의 인질이 살해되긴 했지만 아직 21명의 생명이 남아 있다"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군사작전을 감행할 시점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철희.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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