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새 주말극『엄마의 바다』집필 김정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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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들과 딸」이 산업화에 밀려 잊고 지낸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 보여주었다면 후속으로 15일 첫선을 보인「엄마의 바다」는 인정미 넘치는 과거를 잃어버린 현재의 팍팍함을 그려 나간다고 할 수 있어요.』
지난 2월 10년이 넘게 집필해 오던 MBC-TV의『전원일기』에서 손을 떼고『엄마의 바다』를 맡게 된 작가 김정수(44).
그녀는 요즘세상살이의 삭막함의 뿌리를 심한 빈부 격차와 여기에서 비롯되는 상호간이해부족에서 찾는다.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하고 중산층으로 살아온 그녀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전원일기』를 쓸 때 취재차 농촌을 찾으면서부터. 그때 예상보다 훨씬 더 황폐한 농촌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지금까지 가난한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싸구려 시장의 뒷골목을 쏘다닌다고 한다.
『경제적인 빈부차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계층간의 증오와 불신의 벽인 것 같아요. 몇 년 전 택시를 타고 압구정동을 지나갈 때 기사가「난세가 오면 이 지역 주민들을 향해 돌을 던지겠다」고 말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때 앞으로 계층간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녀는『전원일기』에서 손을 떼자마자『엄마의 바다』를 쓰기 시작했다.『엄마의 바다』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사장부인의 고통과 극복과정이 그려지게 된다.
『작품의 축을 몰락한 사장부인으로 설정한 것은 한 개인이 겪는 부와 가난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계층간의 상호이해의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글을 쓰는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주제는 화해의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기회가 닿는다면 자신이 태어난 전남 여수의 해방전후를 배경으로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갈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한다.
『아들과 딸』의 작가 박진숙씨와는 경희대국문과 문예장학생 1년 후배로 절친한 사이. 목포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소설가 유금호씨(52)와 주말부부인 그녀는『지금까지 글 쓰는 일 이외에는 별로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소심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리나 이번『엄마의 바다』를 통해서는 신세대들을 향해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중년의 유한부인들에게는 당신들이 잘난 것이 뭐 있느냐는 자신의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대담함을 보여주겠다고.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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