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응어리」 대화로 풀어야…|강원식 <전북 전주시 삼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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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민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 다른 해외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다. 김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을 「광주 문제의 피해자」라고 밝히면서 광주 문제가 그동안 집권자 의지로 왜곡돼 왔음을 인정하고 진정 광주 문제를 재조명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얼마전 김 대통령의 광주 묘역 방문이 무산되었던 일이나 최근 광주 대학생 1천여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광주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다소의 우려 속에서도 「5·18 광주 민중 항쟁 연합」 등 관련 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5·18 민중 항쟁 13주기 기념위」가 광주의 5·18 기념 행사를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대통령과 지역 인사들과의 대담, 광주·전남 지역 대학생들의 시위 여부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벌여왔던 대규모 집회 및 가두 시위를 자제하고 많은 시민의 동참을 유도하는 문화 행사 위주로 바뀌었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한다
광주 문제의 직접적 피해자들이 그동안 직·간접으로 당해왔던 고통과 한은 백번 이해가 가지만 이같은 중대 사안이 빠른 시일 내에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럼으로써 그날의 아픔을 새롭게 승화시켜 진정 이날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값진 피를 흘린 날이었다고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의 빠른 치유를 위해서는 정치권에서의 노력과 성의가 먼저 필요하지만 동시에 광주 시민 스스로가 이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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