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병무청장 1억5천만원/박철언의원 5억 수뢰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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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슬롯머신 탈세조사 무마 조건 90년/엄 청장 금명간 소환할듯/박 의원은 20일 국회 끝난뒤에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은 17일 국민당 박철언의원(52)과 엄삼탁병무청장(53·전안기부기조실장)이 정씨 형제가 탈세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던 90년 가을을 전후해 5억여원 및 1억5천여만원씩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관계기사 5면>
검찰은 이에따라 엄 병무청장은 이날중으로,박 의원은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20일께 소환해 조사한뒤 뇌물수수혐의가 밝혀지는대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예금계좌 및 수표추적 등을 통해 이들의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나 증거보전절차까지 마쳤다』고 밝혀 박 의원과 엄 청장은 검찰에 소환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수수)위반 혐의로 구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 수사=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국세청의 슬롯머신 업소 일제 세무조사가 시작된 90년 10월 『탈세추징액수를 줄여달라』는 부탁과 함께 정씨형제로부터 5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와관련,검찰에서 『당시 동생 덕일이 박 의원과 친밀한 관계인 홍모여인(42)을 통해 박 의원에게 수표 5억원이 든 007가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4일 홍씨를 소환,조사한 끝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15일 서울형사지법 최철판사 입회아래 홍씨 진술에 대한 증거보전절차를 마쳤다.
홍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M상사라는 화장품판매업소를 운영해오면서 정계의 전·현직 고위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에대해 『홍 여인과는 수년전 헬스클럽에서 만나 알게돼 여럿이 2∼3차례 식사한적은 있으나 돈을 전달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뇌물을 주었다는 90년 10월 당시는 정무장관직을 그만둬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엄 청장 수사=엄 청장은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90년 5월 정씨로부터 세무조사관련 청탁과 함께 1억5천여만원을 뇌물로 받아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97일대 근린생활시설(대지 2백40평·2층건물·건평 1백86평)을 매입한 것으로 검찰의 예금계좌 추적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엄 청장이 차관급 재산공개과정에서 이 땅을 13억여원에 사들였다고 주장한 점에 비춰 나머지 매입자금 또한 뇌물로 상납받은 것이 아닌가 보고 자금출처를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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