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공무원 신한국 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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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양천구의 한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이다. 지난 7일 집 지하실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지하 3가구의 방에까지 물이 차 올라 양수기를 동원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물을 양수기로 감당할 수 없어 세입자 3가구 전원이 집을 비워야만했다.
필경 상수도관이 파열됐거니 생각하고 관할 강서수도사업소에 이 같은 상황을 오후 2시쯤 신고하자 강서수도사업소측은 20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파견 나온 수도사업소직원들은 어두워질 때까지 누수지점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한 채 밤늦게 돌아갔다.
강서수도사업소측은 오전 9시 공사팀을 보강, 총 8명을 다시 보냈다. 이번에는 굴착기까지 동원하는 대공사를 벌였다. 공사에 투입된 직원 모두가 땀을 흘려가며 오후 4시쯤 수도파이프의 누수를 발견했다. 이후 다시 쉴새없이 작업한 결과 밤 9시쯤 보수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공사 중간 중간 필요한 시멘트는 수도사업소측 직원들이 직접 구해왔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성실히 작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신한국시대 말단의 공무원들이 이 정도라면 뭔가 희망을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 공사에 투입된 직원들과 막걸리 한잔씩을 나누었다.【정해만<서울 양천구 신정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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