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 부실답변 “해도 너무한다”/최훈 정치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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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국회보사위에서는 보사부의 업무보고와 답변태도가 워낙 무성의하고 거짓말까지 예사로 해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들로부터도 세찬 질타를 당했다.
송정숙장관은 시종일관 국장 등 실무자들이 적어준 답변서를 읽다가 의원들이 허위임을 지적할때마다 현장모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문외한의 허점을 최대한 노출했다.
송 장관은 「해구신」「살모사」 등을 원료로 하는 정력보강드링크의 허가경위를 추궁하는 송두현의원(민자)에게 『대한약전과 의약품집·한방서 등에 효능이 나와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배석한 약정 국장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대한약전」을 뒤지기 시작하자 담당간부들은 곧 『대한약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동의보감에 해구신의 효능이 실려있다』고 둘러댔다.
실소를 금치못할 「해구신」논생이 계속되자 양문희의원(민주)은 『실례지만 장관은 대한약전이 무엇인지 알고있는가』고 물었다. 장관은 멋적은듯 웃기만 했다.
보사부의 허위보고는 수입밀의 검역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작년 소동을 일으킨 호주산밀의 농약검출에 대한 후속조치를 묻는 이해찬의원(민주)에게 기획관리실장은 『그이후 반드시 선검사 후통관을 하고있다』고 힘주어 답변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올들어서도 선통관 후검사를 하고있는 인천·목포검역소의 자료를 들이밀어 보사부 간부들은 허를 찔리고 말았다.
순진(?)한 인천검역소장이 불려나와 사실을 「시인」해 버리자 보사부 간부들은 어쩔줄 몰랐다.
송 장관은 약국의 한약조제물의와 관련해 이사관(2급)약정국장이 부이사관(3급)으로 「강등」된데 대해서도 『본인의 희망에 따른것』이란 기상천외의 답변을 했다. 마침내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강우혁의원(민자)은 『유지라면·징코민·페놀·수입밀파동이 왜 터지는지 알겠다. 야당의원들이 보사부간부들에게 왜 그렇게 가혹하게 대하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회를 선포한뒤 여야의원들은 『더이상 답변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17일 마지막 답변기회를 준뒤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권」을 발동키로 합의했다.
보사부의 태도는 전문성을 따지기 앞서 최소한의 성실성에 관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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