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인식표 잘못기입… 2년 뒤 우연히 「착오」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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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건개요>
81년5월8일 의정부시 의정부1동의 한 이발소. 이용사 김모씨(당시 27세)는 가벼운 손 떨림을 억제할 수 없었다. 낯선 손님 한 사람이 자기 친구 딸의 손을 잡고 나타난 것이다. 「유괴」라는 직감이 순간 김씨를 스쳤다.
김씨는 「유괴범」의 앞을 가로막고 용기를 내 물었다. 『당신의 딸이냐.』 「유괴범」은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내 딸』이라고 대답했다. 김씨는 「유괴범」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속으로 약간 기가 죽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의 아이는 틀림없는 친구의 세살박이 딸이었다. 두 사람은 이후 한참을 『내 딸이다』『친구 딸이다』로 옥신각신했다.
81년 「뒤바뀐 쌍둥이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씨와 「유괴범」은 그날로 김씨의 친구 집을 찾았다. 여기서 정작 놀란 것은 「유괴범」 문영길씨(당시 34세·의정부시호원동)였다.
자신의 쌍둥이 딸(민경)과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 (당시 유향미·현재 문민아)가 김씨의 친구 유영환씨(당시 27세)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문영길·김옥렬씨 (당시 30세) 부부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쌍둥이를 낳은 것은 79년 1월1
일. 쌍둥이들은 약간의 체중미달로 인큐베이터신세를 져야했다.
유영환·이정순씨(당시 29세·가명)부부가 문씨 부부와 같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첫딸을 본 것은 78년 12월31일. 유씨 부부의 딸은 8개월의 미숙아로 역시 인큐베이터에 보육 조치됐다.
이 병원 신생아실에서 민아와 향미가 뒤바뀐 것은 예기치 않은 실수 때문이었다. 간호사가 목욕을 시키다 팔뚝의 인식표에 쓰인 글씨가 물에 지워지는 바람에 새로 이름을 써넣는 과정에서 호적(?)을 그만 바꿔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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