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권 자기앞수표 변조/1억6천만원 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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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일은 발행… 탁은서 찾아/발행인 이름없고 1시간만에 빼내가/내부 공모여부 집중 수사
18만원짜리 자기앞수표 액면가를 1억8천만원짜리로 변조해 이를 다른 은행에 입금한뒤 이중 1억6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간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0일 제일은행 둔촌동지점이 지난달 6일 발행한 18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한달여만인 8일 결제과정에서 1억8천만원짜리 자기앞수표로 변조된 사실을 확인,신고해 옴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제일은행지점에서 「신재우」라는 가명을 쓴 20대 남자가 현금 60만원을 18만원짜리 2장과 12만원짜리 2장 등 자기앞수표 4장으로 바꿔간뒤 한달이 지난 6일 18만원짜리 수표 1장을 액면가 1억8천만원짜리로 변조해 서울신탁은행 송파지점에 입금했다.
범인은 위조수표를 입금한지 1시간여만인 오후 2시20분쯤 이 은행 둔촌동지점에서 현금 4천만원과 자기앞수표 4천만원짜리 3장 등 1억6천만원을 인출한뒤 곧바로 이 은행 오금동·대치동·양재동지점 등 3곳을 돌며 4천만원짜리 수표 3장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갔다.
경찰은 범인이 변조해 입금한 수표가 어음수표법상 반드시 명기하게 돼있는 발행지점과 발행인 이름조차 적혀있지 않는 등 어설프기 때문에 수표변조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고 ▲타점포 수표는 입금뒤 하루가 지나야 인출이 가능함에도 1시간만에 거액이 인출됐으며 ▲입금창구 직원이 거액을 취급하면서 자체 확인채널을 통하지 않고 수표앞면에 찍힌 위조전화번호만을 이용한 점 등으로 미뤄 은행내부에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은행관계자들을 소환,조사중이다.
◎수표에 구멍뚫는 관행도 무시(해설)
자기앞수표 18만원짜리에 「0」 3개를 더붙여 1억8천만원짜리로 만들었는데 돈이 지급된 것은 관련은행원들이 일을 소홀히했기 때문이다.
우선 수표를 발행해준 제일은행(둔촌동지점)은 통상 50만원이하의 비정액수표를 발행할 때 다른 은행에서는 관행으로 이같은 변조를 막기 위해 수표 오른쪽의 귀퉁이에 구멍을 뚫는 것을 「소액」이라는 스탬프만 찍고 발행했다. 범인은 이 글자까지 「고액」으로 바꿨다는데,제일은행측이 다른 은행과 같이 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더라면 범인이 1억8천만원짜리로 고친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신탁은행(송파·둔촌동지점)도 책임이 있다. 송파지점 창구직원은 「1억8천만원짜리」 변조수표를 자체 확인(숫자부분 무색잉크)을 통하지 않고 전화통화만으로 믿고서 입금시켰다.
서울신탁은행 둔촌동지점도 다른 은행 수표는 입금된 뒤 하루가 지나야 인출해줄 수 있는데 이를 어기고 송파지점에 입금한지 1시간만에 내주었다. 둔촌동지점 직원은 은행과 거래가 없었을 범인이 현금 4천만원과 자기앞수표 4천만원짜리 3장 등으로 바꿔 거액을 가져가는데도 이를 철저히 확인치 않았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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