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취업 외국인 체류연장 안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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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는 중소제조업체의 건의에 의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체류기간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시킬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제반 사회여건 등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른 이후 우리 나라가 돈벌기 좋은 나라로 알려지면서 몰려든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중국교포와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의 동남아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들은 3D(더럽고 위험하고 힘든)업종을 기피하는 국내의 사회풍조에서 저임금 노동력난을 해소시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고용시장 구조를 혼란시키고 각종 범죄양산과 외래저질문화의 확산 등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야기시켜 왔다.
중소제조업체는 인력난 완화를 위해 이들이 필요하다지만 지난 3월말 현재 실업률이 3.1%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다면 우리의 인력이 결코 모자란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오히려 인력수급을 제대로 꾀하지 못한데 있다. 제조업체나 단순노무직종이 구인난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고학력자들의 구직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국내인이 취업을 꺼리는 염색·도금·피혁 등의 중소제조업체는 채산성유지를 위해 이들의 고용이 불가피 하다지만 언제까지나 이들 값싼 인력에만 의존해 나갈 수는 없다. 불법 노동력착취라는 국제적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값싼 임금에만 의존하는 경영방식은 후발개도국들의 추격으로 점차 국제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제조업체의 외국인 불법취업자들의 체류기간을 작년 말과 오는 6월말까지 두 차례나 연장해준 바 있다. 이러함에도 또다시 연장시킨다면 정부의 공신력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김창옥<서울 서초구 서초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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