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접근 시각차 뚜렷/미­북한 고위급접촉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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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핵,양국교섭대상 아닌 국제문제/북한 직접대화 채널뚫는 기회로 파악
미국­북한간 고위급 접촉은 빨라야 내주 중반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피터 타노프 국무부정무차관이 서울을 방문했을때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국이 북한과 고위접촉을 할 의사를 표명한바 있어 접촉 자체는 기정사실화 되었다.
문제는 언제,어디서,어느 수준으로,몇차례 만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5일 중국 북경에서 32번째 참사관 접촉을 가졌다.
북한측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이 접촉에서 북한의 관심은 역시 미­북한고위급회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주요 외교목표는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대화 채널을 갖는 것이었다. 북한은 자신의 핵개발문제 역시 미국과 직접 만나 해결해보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즉 북한은 이 문제를 미­북한간 양자문제로 압축하여 미국과 단독 회담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나 특별사찰거부 문제는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또는 북한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라는 다자간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일 북경접촉에서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NPT 탈퇴에 따른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에 대해 직접대화를 해보면 해결할 방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가 북한과 국제기구라는 다자간 문제라는 점을 강조,먼저 유엔 결의가 나온후 이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NPT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어 관련국들간 협의중에 있으며 이 결의안은 빠르면 7일 결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결의안 문구를 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이를 조정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결의안 내용중 북한이 결의안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조치를 취한다는 항목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예정대로 7일 결의안이 통과된다 해도 북한과 미국과의 고위접촉은 그뒤에 일정·장소 등을 조정해야 하므로 빨라야 내주중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내 관련 부처도 미­북한간 고위접촉을 일단 갖기로한다는 원칙만 정해졌지 언제,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관계부처간 협의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의 경험에 비춰 이번 고위 접촉도 유엔본부가 소재한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양측 고위대표는 지난번 회담이 아널드 캔터 전 미정무차관과 김용순 노동당국제부장간에 이루어졌던 점으로 보아 이번에도 그 후임인 타노프차관과 최태복간에 이루어질 공산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고위회담이 계속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일단 한차례 접촉이 이루어진 후에야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첫 접촉결과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경우 후속조치를 위한 연속접촉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접촉이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조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성격의 만남인 만큼 이를 빌미로 관계개선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확고한 조치를 취할 경우 고위접촉의 정례화를 포함하여 관계개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명해 왔으므로 미­북한간의 관계변화는 핵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미­북한간의 고위회담은 빨라야 내주 후반 뉴욕에서 타노프와 최태복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만이 가능하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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