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기 오염권 팝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대기 오염권을 팝니다.」
전세계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의 시카고 무역위원회에서는 지난달 처음으로 「대기 오염권」경매가 실시됐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주도한 이번 경매에서는 주로 미국의 발전소들이 참여해 총 대상물량 27만5천건 중 15만여 건을 사들여 2천1백만달러의 경매실적을 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대기 오염권 단위는 산성비를 야기하는 화학물질인 아황산가스를 1t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표시된다.
대기 오염권은 95년부터 아황산가스의 배출허용치를 크게 낮추기로 결정한 EPA가 발전소등의 환경정화연구를 자극하기 위해 허용치를 밑도는 업체들이 남아도는 방출권을 허용치를 초과하는 업체에 팔 수 있도록 하면서 상품화됐다.
90년에 마련된 미대기정화법은 EPA가 95년부터 미국 내 발전소 중 대기오염 정도가 가장 높은 1백10개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는 다른 8백여개 발전소에 대해서도 아황산가스 방출량을 크게 낮추도록 정했다.
이에 따라 EPA는 85년부터 87년까지의 평균 아황산가스배출량을 기준으로 각 발전소에 대해 2000년까지 아황산가스 배출허용치를 정해 놓고 있다. 지난달 시카고무역위원회에서의 대기 오염권 거래에서 대기 오염권 판매자는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EPA가 정한 허용치보다 낮은 발전소들이었고, 구입자는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발전소나 투기업자, 환경보호단체였다.
대기 오염권의 가격을 보면 오는 95년에 아황산가스 1t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평균1백56달러에 거래되었다.
2000년의 대기 오염권은 이보다 낮은 t당 평균 1백36달러로 낙착됐다.
이번 거래에서 대기 오염권을 가장 많이 사들인 발전소는 캐롤라이나 파워 앤 라이트 컴퍼니로 구입액이 무려 1천1백만 달러에 달했다.
대기 오염권이 상품으로 정착하는데 반대해 온 환경단체들도 대기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아 거래량의 1%미만을 사는데 그쳤다. 대기 오염권의 상품화에 적극적인 EPA측은 이 프로그램으로 2010년까지 산성비 야기물질의 방출량을 현재의 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EPA는 또 이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의 전기료 부담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매를 주관한 EPA는 결과에 대해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환경보호단체들은 대기 오염권을 상품화함으로써 발전소들의 대기정화연구를 소홀히 하도록 하는 부작용도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경매에서 활발한 구매활동을 벌였던 일리노이 파워 컴퍼니는 3억5천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었던 집진기 설비계획을 취소했다.
다음 「대기 오염권」경매는 역시 시카고무역위원회에서 다음달에 열릴 예정이다. (정명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