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강행해도 평화정착 “요원”/크메르루주 전면전선언과 「캄」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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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권부패·테러겹쳐 유혈우려
캄보디아 평화정착을 위한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크메르 루주가 29일 현정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함으로써 캄보디아 장래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달 23∼27일 열릴 캄보디아 총선을 관리할 유엔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로서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서 실패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총선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크메르 루주의 무력사용이 아니더라도 이미 현정부의 정치테러가 공정한 선거실시를 위협할 수준이어서 선거막바지에 이르면 유혈충돌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7일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된 이래 현정권의 반대세력들은 조직적인 테러로 선거운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20개 정당이 결성됐으며 유권자 등록도 90%가 넘는 4백60만명을 기록했다.
그동안 총선에 열의를 보였던 국민들은 현정권의 부정부패와 정치테러,UNTAC의 무능,크메르 루주의 무력사용 등으로 총선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프놈펜의 서방외교관들은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치러진다 하더라도 안정된 정부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있다. 각 파벌들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그렇게 되면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최고민족회의(SNC)의장이 또다시 국민화합정부 구성을 주장해 총선실시전보다 더 혼란스런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크메르 루주가 현재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크메르 루주외에 시아누크의장의 아들 라나리드가 이끄는 푼신펙(FUNCINPEC)과 손산 전 총리의 불교자유민주당(BLDP)도 현재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이냐를 놓고 당내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내전 당시 크메르 루주와 손을 잡았던 이들은 현정권의 정치테러에 지금까지 당원 1백여명을 잃었다. BLDP지도자 손산의 경우 이미 총선을 포기하고 정글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달 총선이 치러질 수 있을지의 여부는 푼신펙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현 정권을 대체할 세력인 푼신펙마저 정치테러 등을 이유로 총선 불참을 선언하는 날에는 총선이 무의미하게 되고 곧바로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내달 총선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크메르 루주가 정치적 조직으로 편입되느냐,군사적 조직으로 남느냐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총선이 실시돼 푼신펙이 승리할 경우 크메르 루주는 정치적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다. 푼신펙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크메르 루주를 정부구성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만약 현정권이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총선 자체가 불가능해질 때 크메르 루주는 계속 군사조직으로 남아 캄보디아의 장래를 계속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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