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과 너무 세분 진로선택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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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대학만큼 학과가 많고 이를 세분화해 놓은 나라도 흔치않을 것이다. 91년 기준 우리나라대학의 학과수는 인문계 1백18개, 사회계·예체능계 각 59개, 자연계 2백16개로 총4백52개에 달한다.
한 예로 선진국 대학의 기계공학과를 우리는 기계설계학과·정밀기계공학과·항공공학과·조선공학과·원자력공학과 등의 이름으로 무려 6개 학과로까지 세분해 놓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학과의 명칭만 이렇게 다를 뿐 가르치는 내용이나 교재는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학마다 교수와 학생정원을 늘리려다 보니 이처럼 무분별하게 학과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얼핏보면 학문의 전문화·다양화추세에 따른 당연한 변화로 여겨질지는 모르겠지만 학과(학문)간 폐쇄성·배타성을 조장해 관련인접학문간의 협동연구를 더욱 어렵게 하는등 오히려 학문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학제간(학제간)연구가 중요한 이공학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물러 학생들의 학과선택이나 교사·학부모들의 진로지도에도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미국의 MIT·칼테크·스탠퍼드대학도 공대의 경우 학과가 모두 8개에 불과하고 좀 많다는 대학(카네기멜런)도 13개학과로 대부분의 대학이 10개 학과미만이다. 우리는 서울대 공대가 18개 학과이고, 유일하게 포항공대만이 6개(이학계 4개학과제외)학과다.
학부에서는 우선 어설픈 전문성보다 기초지식을 철저히 익혀 대학원과정 교육의 기초를 닦고, 보다 전문화된 교육은 대학윈에서 이루어지는게 바람직하다.
서울대가 이미 전기·전자계열 3개학과를 통합하여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고 최근에는 학부제를 실시키로 결정한 바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학문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한 조치라 생각한다. 서울대의 이같은 결정이 다른 많은 대학으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유사 관련학과를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등의 조치가 절실히 요청된다.
조현재<경북포항시항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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