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대보증 폐지하는 게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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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가까운 친지나 친구가 대출 보증을 부탁하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경제적 연좌제’로 불리는 연대보증의 딜레마다. 기업은행이 다음달부터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한다. 앞으로는 대출받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서만 대출하겠다는 것이다.

 보증의 폐해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외환위기 당시 ‘보증의 덫’에 걸려 파산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경제적·정신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증은 그 뒤에도 계속 늘었다. 지난해 은행을 제외한 보험·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보증액이 180조원, 보증인 수는 334만 명에 달했다. 1인당 평균 보증액이 5300만원을 넘는다. 제도 금융권 외의 보증은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경기가 예기치 않게 나빠지면 다시 끔찍한 사회문제가 될 게 틀림없다.

 연대보증은 금융회사가 보증인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후진적 금융 관행이다. 미국·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런 식의 보증이 아예 없고, 보증은 전담 금융회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본에 연대보증이 있지만 실제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도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됐다. 다른 금융회사도 연대보증을 없애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

 물론 연대보증을 없애면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개인·기업이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이는 보증보험 등 보증 전담 금융회사를 활성화해 해결하고, 불가피하게 보증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보증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금융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