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자살방지센터 니시하라 유키코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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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살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들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90%이상입니다. 우리 자살방지센터 상담원들은 내담자와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눈다는 기분으로 일합니다.』
지난 22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회장 심철호) 주최로 열린「자살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국제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일본 오사카자살방지센터 소장 니시하라 유키코(서원유기자·55)씨는 지속적인 대화만이 자살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76년, 중·고생들의 잇따른 투신자살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 목사 부인인 니시하라씨등이 중심이 되어 2년여의 준비작업을 벌인 끝에 78년 발족한 오사카자살방지센터는 일본 유일의 자살예방전화상담기관. 현재 36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매일 50여건의 상담에 응하고있다.
일본형 자살의 특징은 장·노년층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과거 자살자의 주종을 이뤘던 청소년층은 어른들의 깊은 관심으로 자살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자녀들의 분가가 일반화함에 따라 홀로 살게 된 장·노년층의 자살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사카 자살방지센터는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내담자들에 대해 3년전부터「팔로업」(FOLLOW UP)상담방식을 도입,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내담자에게는 방지센터측이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하는 방법이다.
서너차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을 긍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된다는 것.
니시하라씨는 오사카에 재일교포가 많은점을 감안, 지난해 1월부터 매주 화요일「한글라인」이라는 한국어 상담전화(06-245-4844)를 운영하고 있다.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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