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은행에는 양다리 걸치세요

중앙일보

입력

최근 CMA가 인기를 끌면서 급여 통장을 은행이 아닌 종금사나 증권사의 CMA로 옮기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CMA 계좌는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은행의 수시입출금통장(HSBC 다이렉트 제외)과 비교가 안되는 4%대의 이자율을 자랑하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급여 계좌를 몇 개나 갖고 계십니까? 당연히 1개가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많으시겠지요. 또 학생들은 '급여'라는 글자가 보이는 순간 '나랑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급여 계좌는 1개가 아니라 여러 개 만들 수 있고 학생들도 만들 수 있습니다.

급여계좌는 대개 회사의 주거래 은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엔 우리은행입니다. 그래서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국민·신한·하나·농협에 각각 1개씩, 총 5개의 급여 계좌를 갖고 있습니다. 급여 계좌는 회사에서 이체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대개 아래와 같은 조건만 충족시키면 급여 계좌로 인정을 받고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1. 월 50만원 이상. (단 씨티은행의 씨티원 통장은 90만원 이상이며 은행마다 다름)

2. 정해진 급여일에 타행에서 '급여'라고 찍혀서 입금될 것.

3. 은행에 따라 추가 조건있는 경우 있음. (ex. 국민은행의 경우 자동이체 1건)

그러니까 직장인은 회사에서 급여를 받은 다음에 자신이 만든 다른 급여 계좌에 '급여'라고 찍어서 이체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학생이나 전업 주부도 월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거나, 50만원 이상의 여유 자금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해? 급여 계좌 하나만 있어도 인터넷뱅킹에 ATM 수수료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이런 의문을 표시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답은 미래의 주거래은행 후보들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또 한 은행을 짝사랑을 했다가 배신 당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랍니다. 은행의 고객등급 평가기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금이 많은 고객, 신용카드 사용실적 (물론 은행발행 카드) 많은 고객, 대출 많이 받은 고객 등 은행에 수익을 올려주는 고객이 아니면 등급을 올리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사회생활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자산이 별로 없는 고객으로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주거래 은행보다 별로 거래가 없던 타은행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면 여러 은행에 급여계좌 개설과 거래 년수 쌓기라는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좋겠지요. 남녀관계에서야 양다리 걸치면 안되겠지만 은행들에는 여러 다리 걸치는 것, 뭐 어떻습니까?

Layner[layner.egloos.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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