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각부처 의회분위기 확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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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관공서에 몇번 찾아가본 사람이면 무슨 회의가 그렇게 많은지 한두번쯤 짜증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 「회의는 춤춘다」는 말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형식적인 회의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업무를 제대로볼수 없을 정도라는 불평도 많았다.
새정부 츨범이후 요즘정부 각부처 회의는 간소화되고 실무위주로 바꿔고 있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뭇 딱딱하고 격식이 갖추어진 종전의 모습과는 달리 지시일변도에서 벗어나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러워지고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청와대 칼국수회의」이후 위로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이같은 회의방식 변화바람은 장관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토론식 회의 정착이 두드러진다.
외무부는 교수출신인 한승주장관 지시로 종전 1주일에 두번 열던 장관주재 실·국장회의를 주 한번으로 줄이고 대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관련 부서실·국장을 소집, 난상토론방식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한장관은 특히 토론을 즐겨해 정책 결정을 보고서에 의지하지 않고 토론을 통해 내리는 일이 많으며 의견개진이 미흠하다고 생각되면 관계 국·실장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면서도현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노동부도 이인제 장관이 종전 1주일에 한번정도 사전에 날짜등을 예고했던 장관 주재 실·국장회의를 없애고 대신 매일 오전8시30분부터 30여분동안 티타임 형식으로 장관실에서 회의를 열고있다.
명칭도 종전에는 간부회의라 불렀으나 지금은 「간담회」로 부른다.
간부회의때는 담당 실·국장이 순서대로 장관에게 현안업무를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으나 지금은 순서에 구애되지 않고 업무보고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받아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노동부의 한 국장은 『격식을 따지지 않고 논의함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보완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순서대로 보고했던 때에 비하면 오히려 여러모로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보사부 경우도 송정숙장관은 주2회 티타임회의를 신설해 수요일에는 모든 실·국장이 참석하고 금요일에는 보건분야와 사회복지분야로 나누어 격주로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보통 1시간가량 진행되는 티타임회의에서는 직제순으로 앉는 간부회의와는 달리 자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며 장관이 제시한 주제에 대해 관장업무에 관계없이 의견을 격의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각부처 회의에서 일방적인 지시나 보고가 아닌 상호 토론이 활성화되면서 불필요한 격식도 줄어들고 분위기도 자유스러워져「회의만능주의」 에서 벗어나 회의시간과 빈도가 줄어들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황산성환경처장관은 과거 타이핑서류등 격식을 갖춘 보고서류를 없애고 구두로 설명받거나 빈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받고 있고 매주 두번 주재하는 실·국장회의 시간도 종전보다 30분정도 줄여 1시간만에 끝내고 있다.
이원종 서울시장도 매주 한번열던 구청장회의를 격주에 한번 열도록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와 부시장이 주재하던 회의에 들어가지 않던 종래 관례를 깨고 부시장실에 들어가 국무회의사항을 전달하기도해 직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있다.
이전까지는 「어전회의」를 방불케했던 시장회의분위기도 시장집무실의 긴탁자를 없애고 원형테이블로 바꾸고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는 스타일로 바뀌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무부도 장·차관 국장실에 소파를 없애고 회의용 탁자를 갖다놓는등 실무적인 회의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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