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 사업 분리 신중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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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농림수산부는 농·수·축협의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협동조합은 설립취지와 부합되게 생산·판매·영농지도 등의 기능만을 수행토록 하고 현재의 금융부문은 통합, 별도의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업과 농촌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이 논의는 협동조합의 주체인 농민의 입장에서 다뤄져야하고, 또한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현재 금융사업의 수익으로 이끌어간 농민에 대한 영농지도와 경제사업을 금융사업이 떨어져나갈 경우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농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거나 소비자의 가격에 전가되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든지 아니면 농민을 위한 사업의 축소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둘째는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유통사업과 농산물 가공사업에 대한 재원조달이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농산물의 수취가격을 높이기 위해 대도시에서의 유통시설이 늘어나고 있고,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수요개발을 위한 가공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설과 사업을 뒷받침하는 금융사업이 분리될 때 업무의 원활하고 유기적인 결합이 한국적인 실정에서 과연 잘 이루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양특적자에 허덕이고 농자재 분야에서 자금을 꾸어다 쓰는 재정쪽에서 지원을 해주지도 못할 것이다.
셋째, 금융과 농산물 생산·판매의 겸영은 경영에 있어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한 예로 전국을 커버하는 곳곳의 시설과 전산망의 공동 활용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정보의 가치를 고려할 때 많은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두 부문의 전문화를 고려한다면 협동조합 조직에 있어서 사업부제의 확대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경영규모의 확대와 제품의 다양화에 따라 시장중심 경영을 축으로 하여 생산과 판매를 직결시키고 관리의 분권화를 가져오는 이 제도를 오래전부터 도입해오고 있는데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안 된다는 법도 없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의 파고가 거세게 밀어닥치는 이때 이를 주체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협동조합의 조직에 대한 논단은 시기가 적절치 않아 힘을 빼는 일이 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농민의 관점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건전한 사업으로,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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