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을 자처하는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힌 한국인 23명 중 한 명이 우리 시각으로 어젯밤 살해됐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는 보도도 있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더 살해하겠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공식 확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인 한 명이 살해됐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분노와 통한(痛恨)을 금할 수 없다. 종교가 다른 기독교 단체 소속원들이라지만 현지에 봉사활동을 하러 간 무고한 외국인을 인질로 잡고, 살해한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인륜(人倫)을 저버린 극악무도한 만행이다. 우리는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그들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죄 없이 숨진 우리 동포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됐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살아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다. 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비록 한 명이 희생됐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머지 인질들의 생명을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믿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경각에 달린 나머지 사람들의 목숨부터 구해야 한다. 그 밖의 일은 사태가 정리된 뒤 따질 일이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 어려운 게 우리 국민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탈레반에 대한 ‘개전(開戰) 사유’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자제하자. 테러라는 이름의 만행에 우리가 같이 놀아날 수는 없다. 차가운 머리로 사태를 지켜보면서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고한 이교도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이슬람의 본령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이슬람은 평화와 순종의 종교다. 아무렇게나 생명을 빼앗는 종교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의 슬픔을 함께하면서 냉정한 눈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을 호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