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교육혁명 중] 日 모든 국립대 '半민영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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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법인 도쿄(東京)대학'.

올 4월부터 도쿄대학의 이름은 이렇게 바뀐다. 89개의 일본 국립대학 모두 법인으로 변신한다.

대학 이름뿐 아니다. 그동안 공무원 신분이었던 교직원들은 법인 직원이 된다. 교육과정.수업료 등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수익 사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총장.학장들은 대학의 인사.재정.운영에 관해 폭넓은 권한을 갖게 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반면 대학들은 매년 엄정한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결과는 공개되고 이에 따라 정부 지원금 규모도 달라진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 아래 안주했던 국립대들은 이제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국립대학을 반(半)민영화하는 이런 개혁은 지난해 7월 '국립대학법인법'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시작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놓고 '제3의 대학개혁'이라고 부른다. 서구 대학을 본떠 제국대학을 설치한 1886년, 국립대학을 설치한 1949년에 이은 혁명적 변화라는 뜻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일본 대학의 문제를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사사키 다케시(佐佐木毅) 도쿄대 총장은 최근 "대학 운영의 자율권이 확보됐다"며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변신을 앞둔 국립대학들의 행보도 부쩍 빨라졌다.

도쿄대는 지난해 12월에는 과거 국영철도에서 민영화한 JR의 임원이었던 이시도 마사노부(石堂正信.57)를 총장실 고문으로 영입했다. 민영화 전문가인 그에게 도쿄대의 경비절감.합리화 추진을 맡기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에는 마쓰시타(松下)전기.미쓰비시(三菱)종합연구소 등 15개 기업과 대학벤처 지원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도쿄대의 기술.연구 결과를 이용한 벤처기업을 지원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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