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교민 축구로 뭉쳤다… 4강전 1만여 명 몰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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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동남아시아에 흩어져 사는 한국 교민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로 뭉치고 있다.

22일 이란과의 8강전이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키트 잘릴 국립경기장에는 8000여 명의 교민과 유학생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에 고무된 이들은 25일 이라크와의 준결승 때는 1만 명 이상이 모여 한국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이웃한 싱가포르에서도 2000여 명이 원정 응원을 오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천 명이 넘어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란 전에서 한국 응원단은 열정적인 응원 외에도 깨끗한 매너로 칭찬을 받았다. 경기 전 양국 응원단장이 만나 페어플레이를 하고 상호 비방을 하지 말 것을 약속했다. 이란도 5000여 명이 모였지만 양측 간에 충돌은 전혀 없었다. 연장 후반에 쥐가 나 쓰러진 오범석의 다리를 이란의 잔디 선수가 풀어주는 장면에서는 양측 응원단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응원단장을 맡았던 김용철(44. 전 말레이시아 교민회 부회장)씨는 "우리 응원단이 청소를 끝내고 퇴장하는 순간 이란 응원단에서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고, 양측 응원단장이 티셔츠를 바꿔 입으며 서로 격려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분오열돼 있던 말레이시아 교민회가 하나로 뭉친 계기도 축구였다. 2004년 9월 한국이 '박주영 신드롬'을 일으키며 우승한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열린 곳이 바로 쿠알라룸푸르였다. 이전까지 반목하던 교민들이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서로 얼싸안으면서 오해와 앙금을 풀었다는 것이다.

23일 가족과 함께 대표팀 훈련을 보러 온 한 교민은 "축구 응원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깨닫게 해 주는 교육적 효과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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