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볼거리…교훈… 동물들 다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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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全知全能)을 남발하며 배꼽 쥐게 만들었던 짐 캐리를 기억하는가? 올 여름, 신의 권능이 다시 한번 극장가를 강타한다. ‘부르스 올마이티’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26일 개봉)다. 짐 캐리의 화려한 개인기는 잊자. 이번엔 전편에서 짐 캐리의 맞수로 호된 곤욕을 치렀던 에반 백스터(스티브 카렐)가 신을 만난다.

홍수에 휩싸인 방주 도심을 가로지르고…

코믹 영화 제조기 톰 새디악의 야심작

#신이여, 난데없이 방주라뇨?
잘 나가던 앵커 에반은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신(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방주를 만들라’는 황당한 명령을 내린다.
이때부터 에반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가족과 지인들은 그를 외면하고, 하나 둘 모여드는 각종 동물 탓에 의정활동도 엉망이 됐다. 설상가상. 에반의 모습은 점차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배를 만들기 시작한 에반. 그는 과연 신이 부여한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웃음과 볼거리, 잔잔한 교훈까지. ‘에반 올마이티’는 가족 영화의 미덕을 두루 갖췄다. ‘에이스 벤츄라’ ‘패치 아담스’ ‘부르스 올마이티’ 등 특유의 유쾌함과 따뜻한 메시지로 ‘코미디 영화의 히트 제조기’라 불리는 톰 새디악 감독이 4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내놓은 야심작이다.

#눈길 사로잡는 볼거리 가득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볼거리는 단연 방주에 오르기 위해 모여드는 동물들. 177종 350여 마리의 열연(?) 최대 관람 포인트다. 할리우드 최고의 조련사 마크 포브스의 손을 거친 동물들이 사람 뺨치는 연기를 선뵌다. 동물들이 한 쌍씩 방주에 오르는 장면을 위해 40명의 카메라맨이 꼬박 나흘을 촬영에 매달려야 했다고.
폭 25m, 높이 18m, 길이 84m. 성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거대한 방주자체도 볼거리지만 홍수에 휩싸인 방주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80명의 전문 디자이너가 물살과 배의 움직임, 배에 탄 사람과 동물들의 동작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모든 생명의 상생을 위하여
영화는 억지 교훈을 무리하게 전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알지만 잊고 살았던 진리를 되새겨줄 뿐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에반의 기도에 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그럼 방관하지 마”.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을, 위험에 처한 이웃들을 돌아볼 때 세상은 바뀐다는 것이다.
‘왜?’란 질문은 필요 없다. 왜 방주를 만들죠? 왜 내 것을 나눠야 하죠? 왜 남을 위해 이 고생을 하죠? 신의 명령에 의문을 갖는 인간에게 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그건 인간을 사랑해서야.”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신의 가르침’은 하나로 귀결된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상생(相生)이다. 어렵다고? 천만의 말씀. 함께 어울려 신나게 몸을 흔들면 간단히 해결된다. 신의 열한 번째 계명이 궁금한가? 가족의 손을 잡고 가까운 극장을 찾아보자.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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