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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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 45세된 주부다. 우연히 병원에서 혈압을 재어보니 200/110이라 하여 의사선생님이 약을 주었다. 집에 와서 시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혈압약을 먹으면 죽는다고 펄펄 뛰시며 못 먹게 한다. 뜨거운 열탕에서 하반신만 20분 정도 담그면 낫는다고 해 매일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효과는 있는 것 같으나 혈압은 계속 높다. 느끼는 증상은 하나도 없으나 어떻게 하면 될지 몰라 문의 한다.

<답> 실제로 이런 분이 많다. 흔히 뒷목이 뻐근하거나 머리가 쑤시고 손발이 마비되는 느낌이 있어야 혈압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런 증상은 비특이한 것으로 정상혈압에서도 올 수 있다. 또한 질문자와 같이 증상이 없어도 혈압이 매우 높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아프지도 않은데 독한 약을 먹는다고 핀잔을 주며 약을 끊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이렇게 강요하는 분들에게「간접 살인자」라는 명칭을 주고싶다.
목욕탕에서 하반신만 열탕에 20분 정도 담그고 있으면 땀이 비 흐르 듯 흘러내리게 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치료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를 두고 나쁜 노폐물이 빠져 나오는 것이라고 하나 전혀 근거가 없다. 체온을 낮추기 위한 반사반응으로 땀구멍이 열려 땀이 많이 나오는 것뿐이다. 일시적으로 혈액량이 줄기 때문에 혈압은 낮아질 수 있으나 곧 혈액량은 정상으로 회복돼 혈압은 다시 높아지게 된다.
혈압약은 이뇨제·심장박동억제제·혈관확장제·칼슘채널억제제·신장효소 억제제 등 여러 종류가 개발돼 있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것을 선택해 단독 또는 복합처방을 내린다, 또한 일평생 먹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간중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중단할 수도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것임을 알아야겠다.
또 약을 먹다보면 높은 혈압에 적응돼 있던 여러 장기가 떨어진 혈압의 상태로 적응하는 기간동안 환자에게 전신피로감이나 두통 등 이제껏 없었던 괴로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약이 독하다는 표현을 쓰면서 먹던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혈압을 조절하는 방법은 약을 먹는 방법이외는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며느리의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시어머니가 아니라면 절대로 약물복용을 금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정리=홍혜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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