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에 독창회 갖는 성악가 김자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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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917년생으로 만76세인 원로성악가 김자경씨는 자신은 만년 28세라며『호적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씨의 활동을 보면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지난 68년 국내 최초로 민간오페라단인「김자경오페라단」을 창단, 지금까지 정기공연 44회, 지방·소극장공연 1백여회를 이끌어 왔고 독창회를 60여차례 가진 김씨가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다.
16일 오후8시 경기 수원시 도문화예술회관에서 갖는 한국가곡 독창회는 18년째 이어오는 그의 집념의 무대다. 올해는 난파 홍영후선생 추모사업의 하나로 독창회가 기획됐는데 공연수익은 회관 앞에 난파의 흉상을 세우는 데 보탤 계획이다. 『1940년 정동의 방송국 합창단원이었던 시절, 전쟁이 터져 미국유학이 좌절됐어요. 이때 방송국 오키스트라 지휘자였던 난파선생이 「이 전쟁은 오래 가지 못한다」며 일본에라도 가겠다는 저를 말렸지요.』「하나님이 주신 목소리」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천성, 그리고 젊은 시절 여러 가지 운동으로 다져놓은 체력덕분에 지금도 무대에 서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김씨는 난파외에 한국 최초의 오페라『춘향전』을 작곡한 현제명선생을 비롯, 이흥렬·박태준등 작고한 선배 음악인들의 추모사업도 벌여나갈 생각이다. 『바쁘게 살아 아플 사이도 없다』는 김씨는 벌써부터 오는9월 대전엑스포에서 선보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오페라 공연에 신경을 쏟고 있다.
이번 독창회와 함께 열리는 1백인 서예전에 작품을 직접 출품하는등 몇년전부터 배운 한국화와 서예가 수준급이다. <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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