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 '워싱턴 어코드' 가입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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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공학교육에는 최소한으로 맞춰야 하는 국제기준인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다. 다국적 기업이 보편화된 신경제 체제 하에서의 인력 수급을 위해, 또 공학기술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보편성 때문에 어떤 전문 분야보다 먼저 국제 기준이 구축됐다. 바로 이 국제 기준이 '워싱턴 어코드'다.

워싱턴 어코드의 회원국들은 자신들이 인증한 공학 프로그램들이 공대생들에게 특정한 능력을 갖게 하며, 다른 회원국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 워싱턴 어코드가 요구하는 '특정한 능력'이란 ▶시스템. 공정.기계장치의 설계.운영 및 개선을 위해 수학과 기초과학 등을 응용할 수 있는 능력▶복잡한 공학 문제를 공식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환경.경제.사회에 미치는 공학적 주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효율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이 모든 것은 단지 교육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이런 능력을 보유하게 됐나를 측정해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어코드가 이외에 요구하는 공학 인증제의 요체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기업.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교육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이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해 교수.시설.재원 등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인증제는 이의 달성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두번째는 교육의 질적 개선이 매년 계속돼야 한다. 올해의 공학 교육은 작년의 교육으로부터 개선된 것이고, 내년의 교육은 올해의 것을 평가해 다시 개선해야 한다. 이는 모든 교육결과(학업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이전 것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함을 말한다.

세번째는 교육 내용의 전문화다. 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학생이 아닌 한 공학 분야에서 전문가라 칭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요구한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공학 학부교육과 공학 엔지니어들에 대한 다자간 국제협정은 벌써 진행 중이며, 이는 공대 교수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국제기준에 맞는 공학교육을 시행하고 이를 인증기관으로부터 검증받으면 그 인증기관은 국가간 상호 검증 단체인 워싱턴 어코드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이 이뤄지면 국내의 기술 인력도 국제 상호 인정의 혜택을 누리고 또 국경을 넘어 어느 나라에서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겪은 공대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공학교육 인증제를 내놨다. 워싱턴 어코드도 이의 산물이다. 워싱턴 어코드 가입은 국내 공학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고 공학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윤우영 교수 고려대 재료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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