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새방식 「참여강의」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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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대 사회대의 일부 강좌가 강의 일변도인 기존의 수업방식에서 탈피, 교수·학생의 사전합의에 따라 주제발표와 토론, 대화등으로 진행되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강좌는 경제학과 김수행교수의「마르크스 경제학」, 정운영교수의 「가치론」, 사회학과 김진균교수의 「현대사회론」등 3개 강좌.
「참여강의제」라는 이름아래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강좌들은 1주일에 3시간인 강의시간중 1시간을 교수의 강의없이 특정 문제나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발표와 질의 응답, 토론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참여강의제」는 기존의 강좌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만으로 진행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못하고 단순히 강의실이 학점을 따는 곳이 돼버린 풍토를 극복해 보고자 학생회측의 기획에 따라 이뤄지게 된 것.
학생회는 지난 2월 수업풍토 정착과 학생들이 강의에 성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일부 교수들에게 이같은 아이디어를 제안, 협의가 빨리 이뤄진 사회대 세과목에 대해 우선 실시케 됐다.
김수행교수의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의 경우 토요일 1시간을 학생참여의 날로 결정, 수강생중 미리 발표자를 정한뒤 김교수가 준비한 문제를 사전연구해와 발표를 하고 다른 학생들이 이에 대해 질문하면 응답·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강좌가 교수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필기하는데 그치는 반면 이 강의는 학생들의 참여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학습효과가 높아지는 등 충실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들 강좌에서는 중간·기말시험후에 교수들이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한뒤 일일이 설명과 의견을 적어 학생들에게 되돌려줘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또 한 학기에 두차례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근처 맥주집에서「뒤풀이」를 갖고 학교생활과 강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며, 학기말에는 교수·학생이 공동으로 강의내용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평가자료집도 내기로 했다.
김수행교수는『참여강의제 실시이후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학생운동이 학내문제로 돌아서면서 학생들이 공부와 수업에 더 관심을 갖고 내실을 기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회측은 「참여강의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2학기에는 인문·사회과학의 교양과정을 중심으로 10여개이상 과목에서 이를 실시토록 건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에서는 소식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현재 진행중인 3개 강좌의 현황을 대자보를 통해 홍보하는 한편 제도가 정착되면 학생들이 강의를 평가하는 「강의평가제」 로 발전시킬 복안도 갖고 있다. <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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