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복리 바탕 통일추진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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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완상식 통일방정식 Y=AX」.
지난2월 취임 직후부터 통일문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발언을 자주해 관심을 모았던 한완상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국민들에게 정부의 통일정책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만든 방정식이다.
북한의 반응을 Y축으로, 국민적 합의를 X축으로 각각 놓고 남북한이 풀 수 있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설정해 보면 남북한이 어떤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닥이 잡힌다는 것이다.
한부총리의 이같은 통일방정식은 남북문제를 한꺼번에 풀기는 어렵다고 보고 단계적 접근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방정식은 통일정책을 민족복리·공존공영·국민적 합의등 3대요소를 기조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전제로 삼고 있다.
한부총리는 남북문제의 해결과제를 크게▲이산가족문제등 인도주의적인 문제▲사회문화분야의 교류▲남북경협▲정치문제▲군사문제등 다섯가지로 구분하고있다.
이 다섯가지 과제를 통일방정식에 대입해 단계적으로 설정해 보면 대략 인도주의적인 문제→사회문화교류→남북경협→정치→군사등의 순서가 정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요컨대 국민적 합의를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순서에 입각해 남북한문제를 풀어 나간다고 해서 한 문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손놓고 있는다는 얘기는 아니라는게 한부총리의 설명이다.
예컨대 특정 시점에서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7∼8할정도 나아갔다면 사회문화교류는 4∼5할정도, 정치·군사문제는 1∼2할정도 각각 진행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부총리의 통일방정식에도 문제는 없지 않다.
Y=AX 에서 A가 마이너스일 경우 남한에서 국민적 합의(X)를 잘 이루어 대북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간다해도 북한의 반응(Y)은 시큰둥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남북문제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산가족문제를 두고 북한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로 간주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협같은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일부에서는 남한이 무엇을 해주었으니 북한도 화답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른바 기능주의적인 접근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91년7월 남한이 쌀을 북한에 보내주었을 때 북한은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받았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이인모씨를 무조건 보내줬는데 북한은 정치선전에만 열을 올리는등 북한의 대응자세가 구태의연하다는 점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한부총리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예컨대 인도주의적인 문제는 이념의 차이를 떠난 모두의 아픔이고, 경제문제와 달라 어떤 조치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지만 먼 안목에서 보면 분명히 남북관계 개선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한부총리는 이산가족문제는「때문에」가 아닌 「불구하고」식으로 장기적인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부총리의 이같은 전향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취임 당시보다 많이 신중해진 것 같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핵문제등으로 교착상대에 빠진 남북관계가 그의 의욕을 조금은 꺾어 놓았을는지 모른다.

<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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