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향 장기수 28명도 모두 석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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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정부의 대사면 조치로 지난3월 실로 43년만에 호호백발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 철문을 나서고 보니 그 감회는 이루 형언키가 어렵다. 그런데 한가지 가슴아픈 것은 장기간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동료들을 철창 속에 남겨두고 나오게된 일이다.
즉 김선명(69·복역43년째·서울출신·90세를 넘은 어머니 살아계심)안학섭(64·복역41년째·강화출신)한장호(71·복역35년째)윤용기(68·복역35년째)우용각(65·복역35년째)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비롯해 20년이상 장기복역중인 사람도 28명이나 된다.
살인을 저지른 일반무기수도 15∼16년이면 석방되는데 이들은 단지 미전향이란 죄 때문에, 즉 낡은 시대의 유물인 사상전향제도에 묶여 감형과 가석방의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꽃다운 청춘 20대에「고려장」을 당해야만 했던 민족분단의 희생자들, 그들은 인생의 가운데토막이라 할 수 있는 청장년기를 고스란히 철창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이번 문민정부의 출범 대사면에서도 만70세이상 고령자 6명만을 선별해, 그것도 형집행정지로 출소시켰을 뿐이다.
희망찬 새봄은 분명 오고 있고「미전향 장기수 이인모노인」은 몽매에도 그리던 처자식 품속으로 돌아갔다. 이는 지난날 외세에 의해 야기됐던 우리민족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말 잘한 일이다. 아직 철창속에 구금되어있는 장기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인도주의 인권 차원에서 하루속히 풀어주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이종환<충남아산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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