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장기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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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춘설이 남아있던 영동 산간에도 봄이 왔다. 청명과 한식이 지나고 각우도 멀지 않았다. 친구가 자기방 창문 앞에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전해왔다. 반가운 전화를 받으면 차 생각이 절로난다. 차향과 같이 은은한 우정을 음미하고 싶음이다.
다패를 내려놓고 물을 끓이다보니 지난해 왕산에서 작은밭을 빌려 감자를 심었던 일이 기억난다.
언땅에 쟁기가 지날 때마다 설풋 부스러지는 흙덩어리를 보며 월간지『늦담』의 편집장 임명옥씨가 보낸 냉동차를 꺼냈다. 해남 일지암소산이다. 좋은 차를 마시고 신선이나 된둣 해남으 날아가 본다.
지금쫌 도립공원 두륜산에도 봄이 왔을게고, 대흥사 스님들은 사바세게에 몰입해 있을게다. 독경소리가 예사롭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합창할게다.
우리나라의 다성이라 불릴만한 초의선사가 살아계셨다면 곡우를 앞두고 어린 차잎을 매만지며 햇차를 만들고 계실 것이다. 일 지암에 내리쬐는 햇볕은 무척이나 포근하고 아름답다.초의선사의 법통과 다선일 여의 정신을 이어받은 룡운스님은 이 일대의 야생 차잎을 따 해마다 작설차인 신다, 청녹차인 초의차를 법제하신다. 더욱이 작년부터 냉동차를 개발,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계신다.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할수있듯이 냉동차는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마실 때 만 거내야 한다. 차를 낼 때도 작설차와 달리 꿇는 불을 그대로 붓도록 한다. 냉동차는 본래 차의 성질도 냉한 탓에 체질상 차가 몸에 맞지 않아 배가 싸르르 아픈 사람에게도 괜찮다. 오히려 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장기능도 활성화시킨다. 차향과 맛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성품이 따뜻해 마시는 사람의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봄철에는 시간믈 내 손수차 한잔을 끓여마시는 여유를 갖는게 좋다 특히 고혈압· 당뇨· 위장병·동맥경화·암등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연로하신 분들은 녹차를 상용하는 것이 좋다.
연호탁<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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