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개 ‘쓸자’ ,분위기 띄우는 조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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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15면

남장 여자와 재벌 3세들의 엇갈린 연애 방정식이라니. 원색의 고운 화면마저 에스프레소 향기를 더해주는 듯한 MBC 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이윤정 연출, 이정아·장현주 극본)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가 있으니, 방송음악가 최한성(이선균 분)이 기르는 하얀 털북숭이 개 ‘쓸자’다.

우유를 배달하는 은찬(윤은혜 분)이 “온 동네 쓸고 다니는 것 같다”며 멋대로 붙인 ‘쓸자’는 물론 진짜 이름이 아니다. 생후 2년6개월인 이 영국산 올드 잉글리시 쉽독의 본명은 ‘테리’. “털이 북슬북슬한 개가 필요하다”는 작가·감독의 요청에 따라 7대1의 오디션(7마리 참가)을 거쳐 선발됐다. 한성과 은찬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드라마에 동화 같은 분위기를 돋워주는 역할. 실제로 자전거 탄 한성을 쫓아가는 ‘쓸자’를 보고 있노라면 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파트라슈가 절로 떠오른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물은 동물 조련 민간업체에서 조달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촬영장에 조련사가 따라와 ‘연기’ 지도를 도와준다. 몸값이 1500만원 상당인 ‘쓸자’의 1일 출연료는 50만원. 북슬북슬한 털을 다듬고 광내는 비용만 매회 10만원씩 별도로 들어간다고.

드라마에서 동물, 특히 개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단지 마당에 매여 있는 소품(?) 신세부터 불쑥 차도에 뛰어들어 주인공을 놀라게 하는 악역(?)까지. 최근 SBS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박신양 분)와 교감하는 백구가 화제가 됐듯 조연급 활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명세빈을 쫓아다니던 개는 CF에도 출연했다는 후문. 잘 키운 개 한 마리, 열 조연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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