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내달 초로 앞당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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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이달 초 북한에 제22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8월 초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핵 2.13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내면서 남북 간에도 협의.해결해야 할 의제가 많기 때문에 좀 앞당겨 보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은 5월 말 서울에서 열렸으며 다시 8월 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각에선 장관급 회담 조기 개최를 제안한 배경에 주목한다. 한 당국자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풀린 뒤 북핵 문제가 급진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8.15 이전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제안을 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이 장관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범여권에선 요즘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쫓아가는 모양새가 곤란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북핵 해결 속도가 빨라져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6자회담의 틀에서 북.미 군사회담을 할 경우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급 회담의 조기 개최와 이 장관의 '평화체제 제안' 발언은 그런 조바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 장관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남북한, 미국.중국의 정상들이 판문점에 모여 '4자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그림까지 내놓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올해 중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하게 될 것"(11일, 법전 스님 면담 시)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 또는 평화 선언을 추진한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권 고위 관계자는 "북측에 4자 외무장관 회담을 제안했으나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의 핵 불능화 속도에 맞춰 남북 정상회담 또는 4자 정상회담을 둘러싼 물밑 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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