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엔 강경-뉴스제재엔 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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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방송위원회의 보도교양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을 정면 근접 촬영해 방송한 KBS-1TV의『9시뉴스현장』에 대해 처음으로 법정제재 조치인「사과명령」을 건의했다.
지금까지 심의위원회의 건의는 방송위원회가 그대로 받아들여 왔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는그동안 금지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행해져온 피고인 근접촬영 보도사례에 대한 첫 법정제재조치가 예상됐었다.
또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조치가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방송은 물론 신문등 언론 전반의 그릇된 피고인 보도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26일 임시회의에서 예상을 뒤엎고 KBS· MBC· SBS 세TV에 대해 강제력 없는「경고」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방송위원회는 당초 지난 12일 정기회의에서 보도 교양심의위가 건의한 KBS-1TV『9시뉴스현장』에 대한「사과명령」여부를 결정키로 했으나『MBC· SBS도 같은사례가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조치한다』고 합의, 결정을 유보했었다.
방송위원회측은「사과명령」에서「경고」로 제재강도를 낮춘데 대해『방송위의「사과명령」움직임이 보도되면서 피고인 관련 방송뉴스가 현저히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경고」와「사과명령」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경고가 방송사에 대한 강한 의견개진정도인데 비해「사과명령」은 해당프로가 사과방송을 해야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다. 방송사와방송위간에 오가는「경고」만으로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은 피의자 인권문제 같은 사안은 사회적으로 쟁점화시켜야될 사안인데 왜 「사과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다.
○…방송위원회는 전통적으로 뉴스프로의 제재에 인색했다. 반면 쇼나 드라마에 대해서는 유난히 강경하다. 이번 임시회의에서도 세 TV뉴스에대해서는「경고」에 그친 반면상품을 간접선전한 MBC-TV『특종 TV연예』에는 사과명령을 내렸다. 상품의 간접선전이 피의자인권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않을듯 싶다.
힘이 있는 보도국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그 화살을 연예쪽으로 집중시켜온방송위원회가 새 정부하에서는 위상이 달라질까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방송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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