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외국인 매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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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차익 실현에 불과?=18일 코스피 지수는 18.81포인 하락한 1930.7로 마감했다. 개인은 4220억 원어치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16일에도 외국인 매도에 지수는 13.42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외국인은 2004년 하반기부터 줄곧 팔아 왔다. 그러나 올 2월과 4월에 각각 1조2451억 원, 2조7461억 원을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팔 만큼 팔았으면 살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분석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6월부터 최근까지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서 4조8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일단 '셀 코리아'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차익 실현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한국을 제외한 다른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놀라운 식성을 드러내고 있다. 5월 말 이후 대만에서만 8200만 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을 비롯, 인도.태국.남아공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의 순매도가 한국 증시의 심각한 조정으로 이어졌던 국면에서는 신흥시장 전반에서 외국인이 이탈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최근 이런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주식을 파는 이유는 한국이 더 이상 '값싼'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3일 현재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7배로 영국(12.8배)과 프랑스(13.1배)를 넘었고 독일(13.8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조정을 매수 기회로"=저평가 매력은 상실했지만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공세를 취할 확률은 낮다. 꾸준히 팔아왔지만 외국인 보유 지분의 가치는 오히려 증시 상승에 따라 꾸준히 증가했다. 2004년 10월 이후 16일까지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17조600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163조원에서 346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인도 주가 하락을 바라지 않는다. 한국 증시에서 '탈출'을 시도한다면 주가가 급락할 게 뻔하다. 외국인이 이런 자충수를 둘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증시의 향방이 투신권 등 국내 투자자로 넘어온 지 오래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매일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는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도 "외국인의 매도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관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매수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정을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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