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직 떠나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자당의원들의 재산파동은 이렇게 떠들다가 덮어둘 일이 아니다. 문제가 터진이상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재산공개의 결과 드러난 투기·탈세·고의적 미신고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당사자들이 해명하되,그 해명이 납득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와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투기·탈세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당연히 당국의 조사가 있어야겠고 고의적 미신고 등에 대해서는 도의적·정치적 책임추궁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그런 조치의 첫단계로 이미 사의를 표한 박준규국회의장처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당사자들은 자진해서 공직을 떠나라고 권고하고 싶다. 의원들이 자진공개 형식으로 밝힌 재산을 두고 여론재판을 해서는 안될 일이고,우리 역시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문제를 놓고 이런 말을 하기에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미 몇몇 의원들은 공직과 그들의 축재를 양립시킬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들은 혹시 합법적으로 모은 재산인데 왜 시비냐고 할지모르나 설사 합법이라고 해도 지도층의 공인으로서 공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도덕성은 이미 상실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연고없는 땅을 수십만평씩 매입하고 미성년 자녀들 이름으로 거액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전국 도처 수십군데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투기근절을 외치고 국리민복을 논할 수 있는가. 이런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성이 탄로된 이상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공직을 수행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굳이 공직을 떠나야 할 사람이 누구누구라고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겠기 때문이다. 벌써 많은 의원들이 망신을 당했지만 분노한 시민단체 등이 들고일어나 의원들의 재산을 확인하고 시민들의 고발을 받는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망신과 말썽을 겪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파문은 커졌지만 더이상 커지기 전에 자진해서 공직사퇴를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합당한 처신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 기회에 다음 차례로 재산을 공개하기로 되어 있는 야당의원들과 차관급 공직자들에게도 권고하고 싶다. 민자당이 겪고 있는 이번 소용돌이를 거울삼아 부디 정직성과 신뢰성에 흠있는 공개는 말기를 바란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야당쪽이라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것을 상당수 민자당의원처럼 속이고 감추고 줄이는 저열한 짓을 하지 말고,있는 그대로 떳떳이 공개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시대의 분위기가 속인다고 속고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며,그럴 경우 자칫 이중의 망신을 당하기가 십상이다.
우리는 이번 파동을 우리사회가 도덕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못하면 바보」가 되는 시대였지만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