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감 키우는 「사은품」증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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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봄을 맞아 집안 대청소를 하다보니 거실의 서랍장 속에서 연필꽂이· 열쇠고리· 저금통·병따개·사진꽂이 액자·수첩 캘린더·1회용볼펜등 여러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쏟아져나왔다.
남편이 주유소에서 받아온 것부터 미장원등 여러곳에서 사은품으로 준 물건들이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듯이 어느 곳에서든 사은품을 줄 때마다 받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같아 꼬박꼬박챙겨왔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에는 병따개만 18개가 되고 그 밖의 물건들은 셀 수 없을정도다. 그 중에는 조잡스런 인형부터 짙은 고무냄새가 나면서도 표면에는「무해무독의 용기」라고 적혀 있는 플래스틱 그릇들을 비롯, 제대로 쓸만한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 버리기도 아까위 고민하며 대충 버릴 물건과 혹시 나중에 쓸지도 모를 물건을 간추려 상자안에 넣었다.
요즘 「사은품」이라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은혜에 보답코자 정성껏 주어져야 할 것」이 최근엔 「으레 주어지는 것」이 되어 진정한 의미를 잃은 것같다. 백화점에서 장터를 방불케 소리치는 「사은품 증정세일」이 이젠 오히려 불신감만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차라리 저런 것을 끼워주느니 사은품 가격만큼 물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정말 소비자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정말 좋은 물건을 파는 곳이라면 굳이 연중 사은품 증정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적도 있다.
물론 사은품이 없어지면 사은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더러나 소비자에게 불신감까지 조장하고 환경보호에도 어긋나는 무분별한사은품 증정보다 1년에 한번쯤 진정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열리는 사은행사를 기대해본다. 이같은 「작은 경제」들이 모여 나라 전체의 「큰 경제」를 살찌우는 것이 아닐까.

<인천시 남구 관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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