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 전 대표, 네거티브 선거운동 해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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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인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대표의 외곽 지원조직인 ‘마포팀’의 팀장과 팀원이 심부름센터를 통해 부정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이 문건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의 이 전 시장 불법 전입 의혹 제기와 관련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

 주민등록초본이라고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발급받은 서류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상대 후보의 약점을 폭로하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가 평소 그렇게 강조해온 ‘원칙’과 어긋난다.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 더구나 대통령은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가 아닌가.
 정치적 경쟁자에게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제기해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마포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확증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경쟁 정당에 흘려 폭로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포팀에서 뗀 주민등록초본과 김혁규 의원이 폭로 때 쓴 초본의 발급 날짜가 같다.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정말 치사하고 비열한 정치공작이다. 어떻게 같은 정당에 몸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박 전 대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 왜 정도(正道)를 걷지 않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은 경위야 어찌됐든 캠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원과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의 발언으로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간접적으로 박 전 대표의 분위기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정말 박 전 대표는 보도가 있기 전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일하는 참모가 저지른 일이다. 어떤 대통령도 참모가 저지른 일이라고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을 밑에 뒀다는 사실만으로도 최소한 국민에게 직접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