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전쟁발발 소동(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3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가상전쟁소설이나 다큐멘터리류는 이미 출판된 것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유형을 꼽으라면 대충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유형은 미국 작가 휘틀리 스트리버와 핵전문가 제임스 쿠네트카가 공동 집필한 『전쟁,그날』과 같이 초대강국인 미·소(구)간의 핵전이다. 이 소설에서는 8개의 소련 핵탄두가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도시를 강타,불과 36분만에 6백만명의 인명을 살상한다. 그리고 또다른 미국인 7천만명이 5년안에 죽어간다.
두번째 유형은 나토 북부군사령관과 런던 킹스 칼리지총장을 역임한 존 해케트경이 집필한 『제3차대전,1985년 8월』과 같이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간에 일어나는 전쟁이다. 재래식 무기와 함께 제한적이긴 하지만 핵무기가 사용된 이 전쟁은 동서독 국경에서 일어난 국지전이 대전으로 확대돼 영국과 소련의 주요 도시가 잿더미가 되고 결국은 소련이 붕괴된다는 내용이다. 세번째 유형은 지난 89년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 출간돼 화제가 된 래리 본드의 테크너 스릴러 『붉은 불사조』와 같이 한반도를 무대로 한 전쟁이다. 이 소설은 한미연합사의 두 장교가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우연히 땅굴 하나를 발견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된다.
미·소(구)간의 핵전쟁이나 동서독,또는 나토­바르샤바군의 전쟁은 이미 한물간 얘기가 되었지만,한반도를 소재로 한 가상 전쟁시나리오는 이밖에도 여러 편이 있다.
최근에 나온 것만 해도 87년 미 국제전략연구소의 모의 「위기관리게임」,91년 미 합참본부가 작성한 시나리오,92년 홍콩의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보도한 「94년 제2의 한국전시나리오」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홍콩지의 시나리오는 경제파탄으로 북한 주민들이 전국에서 식량폭동을 일으키자 궁지에 몰린 김정일이 94년 10월 감춰둔 원폭으로 남침을 개시한다는 것이다. 국제 핵사찰을 거부하고 지난 9일부터 「준전시상태」에 돌입한 북한은 최근 「전쟁발발설」을 유포하는 한편 팀스피리트와 관련,남한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우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까지 함부로 하는 것일까. 정말 딱하기만 하다.<손기상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