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한국여성의 공통 관심사|일 성폭력추방운동 모임 주한특파원 우라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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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폭력특별법이 성사단계에 이르는 등 한국여성들의 성폭력 추방운동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다행입니다. 일본에도 하루 빨리 이 같은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한국여성들의 도움을 바랍니다.』
「성폭력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진 일본여성단체의 주한특파원 우라카와 히로코(포천원자·35). 지난 90년9월 입국, 4년째 한국의 성폭력사례·여성계의 활동 등을 일본에 알려왔다.
우라카와는 88년 11월 오사카시의 미토쓰지선 지하철에서 여승객을 추행하던 치한들이 말리던 20대 여회사원을 윤간한 사건의 범인들을 엄중 처벌하라는 여성들의 시위가 일어나자 이에 자극 받아 뜻 있는 전문직 여성들과 89년 4월「성폭력을…모임」을 조직했다.
여성운동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성폭력을…모임」구성원들은 곧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여성운동을 참고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때 마침 한국인 친구를 통해 정신대 등 일본의 과거 죄상을 알고있던 우라카와가 한국에 올 것을 자청했다.
한국에 온 우라카와는 김부남씨 사건·김보은양 사건 및 최근의 동두천 윤금이씨 사건 등 최근 잇따라 일어났던 성폭력사건들과 여성계의 성폭력특별법 제정운동 등을「성폭력을 … 모임」기관지인「파이트 백(반격)」에 보도, 일본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라카와가 오랜 한국생활을 통해 깨달아 강조하는 것은『여성문제는 국경을 초월해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칙. 즉 일본남성들의 기생관광·한국남성들의 동남아여행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의 희생이 국경을 넘나들며 일어나고 있는 만큼 여성들은 문제의식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미혼이지만『대화가 통하는 남자친구들은 많다』며 웃는 우라카와는1년쯤 더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의 여성운동 관련 저작들을 일본어로 번역, 소개하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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