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IAEA 사찰 허용 유엔 핵전문가들 이달 내 중수로 현장 실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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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란이 중수로 건설현장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핵 시설 방문을 재허용했다.

IAEA는 이란 정부가 유엔 핵 전문가들의 핵 시설 방문 금지를 해제하고 이달 안에 중부 아라크의 중수로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IAEA는 아라크 중수로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란 정부에 건설 중단을 요구해 왔다. IAEA는 이어 이란 정부가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과거 일부 플루토늄 핵실험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AEA는 이 같은 사항이 11일 이란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합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서방과 팽팽히 맞서 왔던 이란 핵 문제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이란과 IAEA는 이와 함께 다음달 초까지 나탄즈 지역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IAEA 사찰단의 접근 문제를 마무리 짓는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양측은 이를 위해 4월 이란이 입국을 거부했던 사찰단 대신 새로운 사찰단을 지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양측의 합의에 따른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란 핵 문제의 진원지였던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IAEA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나탄즈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 분리기가 1700~2000기 존재한다고 밝혔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달 말까지 1년 안에 원자폭탄 한 개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을 얻을 수 있는 약 3000기의 원심 분리기를 설치할 것이라고 관측해 왔다. IAEA 측은 합의 내용에 대해 "약속된 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측도 같은 날 "아라크 핵 시설에 대한 IAEA 사찰이 곧 이뤄질 것"이라며 "사찰은 한 차례로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이란 측은 또 IAEA와 사찰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5일과 26일 이틀간 다시 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리 헤이노넨 IAEA 사무차장이 이끄는 IAEA 대표단은 11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이틀 동안 이란 대표단과 수차례 회담을 한 바 있다.

이란은 올해 초부터 IAEA 사찰단의 핵 시설 접근을 거부하고 핵 개발을 계속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이란의 유화적 자세는 미국과 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독일 등 6개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강행에 따른 보다 강력한 세 번째 유엔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가운데 나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제재안을 막을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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