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협의 첫 청와대 방문(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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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동안 재야단체에는 「금단의 성역」이었던 청와대에서 3일 낮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장 단병호) 대표자들과 청와대수석비서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 면담의 성사과정에서 청와대측과 전노협,경찰은 폭력시위·강제진압이 되풀이 되던 옛모습을 버리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당초 경찰은 청와대 앞길 개방조치이후 첫 시위대인 「전노협 고용특위 항의 방문단」의 가두행진 정보를 접하고 이들의 청와대 방문을 막을 수도 없고 허용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오전 11시30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이 이들의 청와대행을 가로막고 나설때만 해도 대치한 쌍방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나돌았다. 그러나 전노협측에서 대표자를 청와대에 보내 「대통령에게 드리는 탄원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하자 경찰도 청와대에 연락을 취하며 적극 중재에 나서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따라 낮 12시쯤 전노협의 김영대부의장(37) 등 대표자 3명이 청와대 민원실에 면회신청서를 접수,「고용안정쟁취」 등의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청와대에 들어가 김정남 사회문화수석비서관과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전노협측은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폭적인 감원으로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는 불만을 토로하자 운동권출신인 김 수석은 『앞으로 계속 만나 노동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면담을 마치고 전노협사무실로 돌아온 대표단은 『고용문제가 사회불안의 요소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청와대·노동부와 지속적인 대화의 창구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집들이」에 맨손으로 들어가 손님의 예의를 갖추지 못해 미안했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김 부의장의 환한 얼굴에서 극한 대결로 치닫던 재야단체와 정부의 대립이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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