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보냈더니 도박 중독 웬말' 태평양 건너온 어머니 '눈물의 절규'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미안해 엄마 나 찾지마."

지난 달 남가주 한 명문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로 부터 국제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숨가쁘고 떨리는 아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 빚쟁이에게 쫓기고 있어…."

아들은 울먹이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있으면 대학졸업식장에서 아들을 부둥켜 안고 기쁨을 함께 할 것을 상상했던 김명자(가명)씨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라며 미국유학을 보낸 금지옥엽 아들이었다. 아들은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에서도 성적이 좋았다.

'도대체 무슨일인가. 빚쟁이라니.'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아들과 다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짐을 꾸렸다.

공항으로 가면서 비행기에 몸을 실은 10시간 동안 어머니 김씨는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갔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적지않은 돈을 보내줬는데 왜 돈을 빌렸는지가 궁금했다. 끔찍한 사채업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별의별 상상이 스치는 동안 김씨는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기도했다.

LA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물어 한인타운 8가에 위치한 파출소를 찾아 아들을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파출소 곽동수 통역관은 안절부절하는 김씨에게 아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메시지를 남겼다. "어머니가 여기 미국까지 오셨다. 어머니는 숨 넘어가기 직전이다. 꼭 연락해".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아들은 "빚때문에 납치됐다. 몸값을 보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셜워커 출신인 곽 통역관은 이내 그가 도박에 빠져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머니 김씨에게는 '납치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안심시켰다.

곽 통역관은 아들을 설득했고 어머니와 아들은 LA한인타운 한 식당에서 만났다.

"엄마 나 사실은 도박했어."

아들은 6개월전부터 친구들과 LA인근 카지노와 라스베이거스로 놀러가 재미삼아 도박을 했다. 그리곤 '수렁'에 빠졌다.

등록금 4만달러를 탕진했다. 게다가 사채업자에게 1만달러까지 빚을 졌던 것이다.

어머니는 별탈없는 아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가슴이 꽉 막혔다. 똑똑하고 착한 아들이 이렇게 무너질 수가 있다니.

김씨는 며칠 뒤 아들과 한국으로 돌아갔다.

"도박에 손을 댄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을 것 같아요."

[USA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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