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주역과의 정상회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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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통일 대업의 주역인 헬무트 콜총리가 1일 우리나라에 왔다. 수행원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입경함으로써 게르만적인 실질소박성을 보여준 그의 방한은 새로운 교훈과 함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콜총리는 내각책임제하의 독일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데다가 김영삼대통령이 맞은 첫 외국정상이라는 점에서 통일독일과 분단한국의 새로운 관계정립과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콜총리는 2일 김 대통령과의 한독정상회담에 이어 3일에는 국회에서 연설토록 되어 있다. 수행한 10여명의 중진급 기업경영인과 함께 우리 경제단체와 기업인들과도 만난다. 이런 일련의 접촉을 통해 그는 통일의 선경험자로서 교훈을 전하고 경제·외교적인 협력을 다지게 된다.
독일은 여러가지로 우리와 유사한데가 있다. 지리적으로는 동으론 러시아,서로는 영 불 등 만만찮은 강대국 사이에 놓여있는 점이 그렇고,분단을 통해 이념적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함께 경험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분단하의 냉전체제에서 적대적인 세력을 눈앞에 두고도 경제의 고도성장을 기록하여 발전의 기적을 이룩한 점도 양국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지금의 차이는 우리가 아직도 분단상태에 있는반면 독일은 통일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그런 독일이 지금 여러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여 상호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적 통일을 달성하고 사회적 통합을 수행중인 독일은 막대한 통일비용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의 경부 고속전철을 놓고 지금 독일은 프랑스·일본과 수주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기를 희망하는 독일은 외교적 지원도 필요로 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가 경제건설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때 경제·기술협력을 해주었고,광원·간호사 등 우리의 노동력을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우리 유학생들에게 장학금 등 적지 않은 도움도 주었다. 그런 독일의 우호적 협력이 우리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던게 사실이다. 지금 독일은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우리의 네번째 무역상대국이다. 유럽국가중에서는 우리의 최대 상품시장이고 네덜란드에 이어 두번째 대한 투자국가다.
더구나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안고 있는 우리는 독일 통일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독양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상호협력의 폭을 더욱 심화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 협력은 경제·외교는 물론,기술개발·경제건설·통일실현과정에서의 경험 등 다방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콜총리의 방한과 양국 정상간의 만남이 두 나라간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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